[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임상 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수천억 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따낸 비상장 바이오텍이 주목받고 있다. 큐어버스와 소바젠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각각 약 5000억원, 7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팜이데일리는 두 회사의 공통분모를 분석해봤다.

두 회사는 창업 당시부터 신약 상용화보다 기술이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일찌감치 사업개발(BD) 기능을 조직 내부에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술이전을 지향한 만큼,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제약사의 평가 기준에 맞춘 데이터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마련한 점도 공통된 특징이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이전’ 목표 뚜렷
구체적으로 큐어버스는 창업 초기부터 연구·사업·임상 준비 역할을 분리해 운영하며, 외부 CRO(임상시험수탁기관)·CMO(위탁생산기관)와 협력, 개발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관리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원창업 기업인 소바젠은 기존 학계 출신 연구진 중심의 연구조직에 더해 해외 기술수출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개발 라인을 강화했다. 두 회사 모두 연구와 사업개발을 병행하는 구조를 조기에 갖춰 후보물질이 곧바로 기술이전 논의로 이어질 기반을 만들었다.
두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 평가 기준에 맞춘 데이터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큐어버스는 초기부터 비임상 데이터와 IR 자료를 영문 기준으로 정리해 제약사가 바로 검토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했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주요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인 ‘바이오US(BIO US)’, ‘바이오 유럽(BIO Europe)’ 등에 매년 참가해 후보물질의 경쟁력을 직접 공개, 현장에서 받은 피드백을 사업개발 전략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소바젠은 환자 조직, 동물, 영장류 모델을 아우르는 전임상 데이터를 축적해 신뢰도를 높였다. 축적한 데이터는 미국뇌전증학회(AES) 등 질환 특화 학회에서 발표하며 학술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BIO US·BIO Europe·JPM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주요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에서도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그 결과 두 회사 모두 글로벌 파트너링 행사에서 기술이전 협의 기반을 마련했고 후속 논의를 통해 곧바로 계약에 성공했다.
추가 기술이전 기대
큐어버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기술로 2021년 설립된 연구소 기업이다. 창업 3년 만인 지난해 11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CV-01’을 임상 1상 중 안젤리니파마에 약 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CV-01은 NRF2(세포 내 항산화·항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전사인자) 경로를 활성화해 뇌 염증을 억제하는 저분자화합물 약물이다. 회사는 현재 임상 1상에서 단회 투여(SAD)를 마치고 반복 투여(MAD) 시험을 진행 중이며, 안젤리니와 유럽 브릿지임상도 준비하고 있다.
큐어버스는 후속 파이프라인인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CV-02’와 항암제 ‘CV-03’ 개발을 추진 중이며, 내년 CV-02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진입과 추가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7년 코스닥 상장도 계획 중이다.
소바젠은 KAIST 이정호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로, 제2형 국소피질이형성증(FCD type II)의 발병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mTOR 유전자의 비정상적 발현을 억제하는 안티센스(ASO) 치료제 ‘SVG105’를 개발해 안젤리니파마에 약 75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소바젠은 자체 플랫폼 ‘소바르나(Sovarna)’를 기반으로 추가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소바르나는 체세포 돌연변이로 인한 난치성 뇌질환을 표적하는 ASO 후보를 발굴하는 플랫폼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SVG105 이후 신규 ASO 및 유전자치료제 후보를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기술이전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철원 소바젠 공동대표는 “현재의 자금 환경에서는 임상에서 미세한 차이를 입증해야 하는 ‘베스트 인 클래스’ 전략은 부담이 크다”며 “우리는 퍼스트 인 클래스 후보물질에 대해 발병 원인 규명과 전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 전 딜을 성사시키는 전략으로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