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바이오 장학생 큐어버스 “‘약이 될만한 구조’ 역발상에 주목”


 

“효능도 중요하지만, 실제 ‘약이 될 수 있는’ 후보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이런 역발상이 회사 핵심 신약 개발 전략입니다.”
(박준범 큐어버스 CFO)

 
 
2021년 서울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에서 출범한 바이오벤처 큐어버스는 설립 3년 만인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경구용 치매치료제 글로벌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국내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의 원천기술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임상과 글로벌 진출을 병행하며 기술 창업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소 기업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큐어버스의 시작은 박기덕 KIST 뇌과학연구소장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공동창업 모델이다. 회사 수장인 조성진 대표와 박기덕 소장은 연세대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함께하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원(포닥) 생활을 했다. 이후 치료제 발굴 분야에서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KIST 기술창업 프로그램 ‘바이오스타’를 계기로 창업에 나섰다. 이후 조성진대표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재직시절 함께 근무했던 진정욱 박사가 합류하면서 큐어버스가 3인의 공동 설립자가 모이게 됐다.

회사는 서울바이오허브와 특구재단의 스케일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금과 인프라 지원을 받았고, 출범 초기부터 임상 적용이 가능한 약물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약물의 뇌혈관장벽(BBB) 투과율, 복약 순응도, 제형 및 제조 용이성 등을 초기 설계부터 반영하는 전략이었다. 효능에서 가능성을 찾아 개발 단계를 밟아가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이 아닌, 상용화 신약 자격을 갖춘 물질 중 효능이 있는 것을 찾는 역발상 전략이다. 이는 앞선 성과 이후 회사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에 적극 적용 중인 전략이다.

박준범 큐어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임상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약물이 되려면 약물성에서부터 접근해야 하고 처음부터 실전에 맞는 구조를 만들었다”라며 “애초에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에서 출발하다 보니 후기 개발 단계에서 변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이 강점인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큐어버스 사무실이 유치한 서울 성북구 KIST 내 창업성장센터 전경. /사진=정기종 기자

 

임직원이 10명 남짓에 불과한 연구소 기업 큐어버스가 설립 3년만에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할 수 있던 배경은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춘 회사 운영 전략이다. 큐어버스는 핵심 의사결정과약물 디스커버리, 최적화 등의 연구는 내부에서, 실행은 외부 임상시험수탁(CRO)·위탁생산(CMO) 등을 적극 활용했다. 사업개발(BD) 기능 역시 초기에 외주를 통해 구축했으며, 현재는 미국과 국내를 아우르는 내재형 조직으로 성장 중이다.

큐어버스가 지난해 기술 이전한 경구용 치매치료제 ‘CV-01’은 NRF2 경로를 활성화해 낮아진 항염 및 항산화 기능을 회복시키는 저분자 물질이다. 기존 NRF2 활성제들이 독성 및 낮은 선택성 문제로 한계를 보인 반면, CV-01은 가역적 공유결합 구조와 KEAP1 타깃의 고선택성을 구현해 극복했다.

이는 이탈리아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7000만달러(약 504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큐어버스가 글로벌 권리 외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 대가로 총액을 수령하고, 매출 로열티는 별도로 받는 구조다. 다만, 한국·중국 상업화 권리는 여전히 큐어버스가 유지한 상태로 독자 개발을 이어간다.

박준범 CFO는 “CV-01은 현재 서울대병원 주관으로 코카시안 피험자를 포함한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미국과 유럽 진입을 고려한 글로벌 브리지 전략도 함께 설계돼 있다”라며 “기존 약물의 심장 독성 문제를 개선한 ‘CV-02′(다발성경화증) 역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은 1상이 내년 1분기 환자 투약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항암 영역에선 종양미세환경 개선을 통해 항암 효과를 높여, 향후 섬유화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지닌 DDR1 저해제 ‘CV-03’을 보유 중이다. 단일 물질 중심의 일회성 성과가 아닌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어엿한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평가받는 이유다. 기술 상업화 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업공개(IPO) 절차에도 착수했다. 올해 초 시리즈B 투자를 통해 25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년 프리IPO를 진행한 뒤 2027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 나선다는 목표다.

박준범 CFO는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내부 개발과 외부 도입을 병행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해 조기에 기술수출을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큐어버스의 성과는 산연 협력형 바이오벤처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 배경엔 KIST와 큐어버스 뿐만 아니라 서울바이오허브의 적극적 해외 진출 지원도 존재한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가 조성한 바이오·의료 창업 지원 전문 인프라로,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의 발굴, 육성, 스케일업을 위한 공공지원 플랫폼이다. 다양한 주체가 조화를 이룬 큐어버스의 사례는 ‘제2의 큐어버스’ 탄생 기대감을 키우는 중이다. 앞서 길을 걸어본 큐어버스는 후속 성공사례들이 등장하기 위해 장기적 투자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준범 CFO는 “신약 생태계는 단발성 지원이 아니라 ’10년짜리 자본+인재’의 누적 게임 중인 영역으로 가까운 중국의 경우 국가 주도 장기투자·인재 육성·규제 고도화로 임상 속도와 파이프라인의 양·질을 동시에 끌어올렸고, 글로벌 딜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는 바이오 섹터 투자 심리와 IPO 창구가 여전히 보수적인 만큼, 정부주도의 ‘지속 가능한 투자 메커니즘’이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불어 넣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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