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이후 바이오 산업의 투자 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 여기에 최근 비상계엄 등으로 환율이 급등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규투자는 커녕 이미 세운 투자도 보류하는 해외 기업도 늘면서 업계는 비상사태다.
지난 13일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제32회 SNK 혁신 창업 심포지엄’에서도 비상계엄이 화두에 올랐다.
먹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을 총 5000억 원 규모로 이탈리아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큐어버스의 조성진 대표는 “해외투자를 준비 중이던 많은 바이오기업들의 논의가 잠시 스톱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도 계약이 한 두달 미뤄졌다면 현 상황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며 상황이 진정되길 희망했다.
상황이 녹록치는 않지만 큐어버스는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조 대표는 이날 혁신창업 사례를 주제로 한 강연 발제자로 강단에 서 “신약후보물질이 라이선싱까지 가는 경우는 10%채 안 된다. 지난 기술수출은 너무 좋은 성과지만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우리 후보물질이 향후 임상 2~3상까지 가도록 열심히 서포트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저분화합물 파이프라인 발굴 전문가, 30년 지기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치매치료제는 주사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환자가 언제 어디든 손쉽게 주기적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먹는 약으로 개발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큐어버스는 먹는 치매신약후보물질 ‘CV-01’로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큐어버스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사업역량을 가진 바이오기업출신 외부전문가와 KIST 연구자를 매칭해 공동연구 및 장비,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기업출신 연구자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창업했다. KIST의 박기덕 박사가 연구개발 중이던 치매치료제 성과에 조성진 대표가 관심을 보여 치매 신약후보물질 공동연구 및 임상 등을 함께 진행했다. 둘은 같은 대학연구실 출신으로 30년 지기이기도 하다.
큐어버스는 저분자화합물 신약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 저분자화합물 신약개발을 돕는 대구첨복단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회사를 지원했고 좋은 파이프라인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됐다. 그 때 바이오기업출신연구자 창업지원사업을 알게됐고, 좋은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가져가보자는 생각을 가진 차에 박기덕 박사와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큐어버스는 글로벌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에 먹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CV-01’을 5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하는데 성공했다. 정부출연연구소가 기술 수출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안젤리니파마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CV-01을 개발 및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됐다. 조 대표는 “안젤리니파마는 뇌전증, 우리는 치매와 파킨슨 등 염증질환에 집중할 계획으로 공동 개발 형태를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어버스는 CV-01 외에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연구개발 중이다. 그는 “좋은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창출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 생각하고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시간에 창업 후 아쉬웠던 점, 요청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향후 먹거리를 위해)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보고 있지만 기업규모가 크지 않아 쉽지 않다. 특히 바이오스타트업은 창업 후 장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개발비 투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KIST에 이미 구축된 장비를 활용하는 등 여러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적어도 IPO가 될 때까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 외에도 홍석현 GS 벤처스 이사는 강연에서 나라별 스타트업 특징과 투자방향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경우 글로벌을 타겟으로, 일본은 내수시장을 타겟으로 하는데 우리는 중간에 낀 느낌”이라며 “과거에 비해 글로벌을 타겟으로 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해외시장을 타겟으로하는 기업에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 모델을 좀 더 받아들여 해외진출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SNK혁신포럼은 서울대학교와 KAIST 중앙일보 등이 대한민국의 혁신창업 활성화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